어린 시절부터 어떻게 하면 남들이 날 좋아할 수 있게 만들지 궁금했다.
나를 좋아하고 내 말을 따르게 만들면 삶이 조금 더 편해질 것 같았다.
모르는 문제가 있을 때 쉽게 물어볼 수 있고, 심지어 해결해 주기까지 하니까.
그렇다고 타인의 추종을 갈망하는 것은 꼭 실용적인 이유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단순 만족감을 위해서 타인의 인정을 바랄 수 있으니 말이다.
남들이 나를 좋게 봐주고 칭찬해주는 것 그 자체만으로 활력이 생긴다.
이는 심지어 인간을 혐오하는 사람에게도 해당된다.
염세주의 대표주자이자 인간과 세상에 대한 혐오로 점철된 쇼펜하우어도 책을 써 세상에 냈다. 부모님의 재산으로 돈이 충분했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대학교수인 헤겔을 비난하며 같은 시간대에 강좌를 열기도 했다. (결과는 헤겔 수업이 인기만점이었다.) 또한, 평생 독신이었던 그는 한 여인에게 자신의 재산을 남겼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인간이 나를 추종하게 만들 수 있을까?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나는 사람들이 힘을 추종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그 힘에는 신체의 힘, 정신의 힘, 돈의 힘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힘을 추종한다.
이 힘이라는 것은 영향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신체의 힘은 전쟁터에 나가 승리한 장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받은 선수, 문화재를 만드는 장인들이 그 예시다.
정신의 힘은 학문을 갈고 닦아 관직에 오른 사람, 정신을 수련한 종교인, 이론을 정립한 과학자와 수학자들이 그 예시다.
돈의 힘은 말 그대로 돈 많은 사람들이 그 예시다.
앞에 나열한 인물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이 열광하고 추종한다는 것이다. 돈이 없어도, 공부를 못해도, 체력이 허약해도 셋 중 하나가 탁월한 사람은 사람들의 추종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힘은 꼭 위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운동 잘하고 싸움 잘하는 친구, 공부 잘하는 친구, 돈 많은 친구가 자연스럽게 인기가 많고 영향력을 가진다. 학교 밖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돈이 최고라 말하지만, 우리는 스님이나 목사가 부자가 아님에도 그를 만나러 간다. 심지어 도박을 끊고 가난하게 살고 있는 타짜에게도 손재주와 이론을 배우기 위해 찾아가지 않는가. 셋을 비교하며 우열을 나누긴 힘들지만, 적어도 셋이 사람을 끌어 모은다는 것엔 이견이 없다.
그리고 신체의 힘, 정신의 힘, 돈의 힘은 단순히 한 가지 이론이나 기술로 정의할 순 없다. 신체의 힘에는 외모, 손재주, 근력 등 몸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정신의 힘에는 수학, 철학, 자연과학 뿐만 아니라 대장장이나 요리사의 이론적 감각도 포함된다. 유일하게 단순하게 표현 가능한 것이 돈이다. 돈은 화폐라는 실물이 존재하며 한 가치로 통일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체의 힘과 정신의 힘은 정확하게 나누어지지 않기도 한다. 요리사가 양념을 만들 때 눈대중으로 넣는 것은 손재주와 이론의 결합이다. 대장장이가 감각적으로 철의 온도를 유추하는 것도 오랜 숙련에 의한 손재주와 이성을 이용해 스스로가 정리한 이론의 결합이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사람을 두고 신체의 힘과 정신의 힘을 구분하는 것은 힘들지만, 초보자가 장인을 따라가기 위해 수련하는 방식은 이론을 익히고 손에 익을 때까지 경험하는 것 즉, 신체의 힘과 정신의 힘으로 갈무리 할 수 있다.
사실 신체의 힘, 정신의 힘, 돈의 힘 말고도 다른 영향력들도 분명 존재한다. 인맥이나 명예, 권력, 자신감 등 말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힘들은 부차적이다. 신체, 정신, 돈 모두가 결여된 사람에게 과연 인맥, 명예, 권력, 자신감이 존재할 수 있는가? 쥐뿔도 없이 자신감을 가질 순 있지만, 정답이든 오답이든 분명 자신만의 생각, 신념이 있기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정신의 힘이 기반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떻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겠는가? 자신과 남들이 모두 틀렸다고 주장하는 이 조차도 불가지론과 같은 특정 신념을 믿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3가지로 힘을 정리한 이유는 그것들이 본질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힘을 정리하는 이유는 지극히 실용적인 이유에서다. 힘을 찾고 힘을 분류한 이유는 그것들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내가 가진 제품을 파는 것도 결국 영향력이기 때문이다. 설령 나 자신을 타인에게 팔고 돈을 벌기 위해서 중요한 것도 영향력이다. 이러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정신을 기르고 신체를 기르고 돈을 모으는 것으로 거칠게 정리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책을 읽고, 운동하고, 일을 해 돈을 모으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 줄로 정리하기엔 성취하기 위한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책 대신 세미나나 강의를 들어도 되고 부동산 땅을 알아보듯 직접 발로 뛰어 정보를 모을 수 있다. 운동 또한 헬스 뿐만 아니라 배드민턴, 클라이밍, 손재주를 기르기 위한 공예 연습, 그림 연습, 악기 연주 연습, 외모 가꾸기 등 신체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돈을 모으는 것 또한 알바를 해도되고 도매 장사, 글을 써서 팔거나 자신의 생각을 비디오 테이프나 CD로 만들어 판매해도 된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생각을 CD로 만들고 굿즈로 만들어 판매하지 않는가? 인간들은 무용하더라도 강해보이는(힘을 표출하는) 것들에 기꺼이 돈을 투자한다. 왜냐하면 내가 관찰한 바로 인간들은 힘(영향력)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살인자라도 매력적이면 추종자가 뒤 따르는 게 인간 세상이다. 잔악무도한 종교인이라도 자신의 정신을 갈고 닦으면 추종자가 생긴다. 힘은 도덕, 비도덕의 경계를 무너뜨릴 만큼 인간에게 강렬한 가치다.
결국 우리가 기르고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신체의 힘, 정신의 힘, 돈의 힘이다. 무엇을 해야할지 모를 때 떠올릴 가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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