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한 여운을 가진 반전 영화 한 편 ★★
[서론]
이 영화 시작부터 이야기를 이 끌어가는 키워드는 '벌레'다. '벌레'가 괴물인지 혹은 곤충인지 어떠한 단서도 없다. 다만 '벌레'를 무서워하는 사람들만 나온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외치는 단어가 roach인 것을 미루어 봤을 때, 아마 그들이 싫어하는 것을 바퀴벌레로 여기는 것 같다. 거대 메뚜기같은 곤충을 생각했던 내 눈앞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은 프레데터와 같은 외계인혹은 변형된 사람이었다. 그것들을 사살하는 군인들과 그것들을 보호하려 하는 사람 중 이상하게 보인건 그것들을 보호하는 사람이었다. 영화가 끝이나고 내가 생각했던 것은 반전됐다.
-선전 : 벌레같은 인간들
사실 '벌레'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 군인들에겐 전투 보조 시스템이란 장치가 내장 되어 있어 그들을 괴물체로 느끼고 혐오했다지만 주민들은 어째서 '벌레'들을 혐오했을까? 영화 대사를 통해 주민들은 남들이 다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싫어하고 배척했다. '벌레'들이 닿은 식량을 전량 폐기 처분 시킬정도로 혐오했다. '벌레'들은 단지 질병을 가질 확률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질병에 걸린 사람들도 아니였다.
주인공 스트라이프의 전투 보조 시스템은 은연중에 우리에게 심어 놓은 선전(propaganda)을 의미한다. 나치가 유대인들을 학살했고 우리나라는 특정 지역을 미워하고 백인은 흑인들을 미워한다. 그리고 종교, 성별 등 무수히 많은 이유로 쉽게 사람을 미워한다. 분명 우린 같은 사람인데, 죽도록 미워한다. 우리는 어떤 종 보다도 닮았지만 서로를 미워하기 시작하면 상대가 바퀴벌레인 것처럼, 나와는 애초에 다른 종처럼 느낀다. 그리고 우리는 단지 그들이 그들이란 이유만으로 미워하고 싫어한다. 이 영화 속에서 주는 메세지는 우월한 DNA을 남겨야 하는 미래 시대의 갈등이 아니다. 현 시대의 이념적 갈등이 정말 사람보다 중요한가에 대한 의문점이다.
-소득 차이 : 분노와 짜증이 향하는 곳
영화 속에서 '벌레'들을 미워해서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항상 두려움에 떠는 주민들일까? 벌레들을 죽이는 군인들일까? 이 영상에서 나오는 주민들은 빈민가 사람들이다. 시대 발전에 비해 낡은 집들, 누더기 같은 옷을 입으며 벌레들을 미워한다. 군인과 주민이 입은 옷의 차이를 통해 소득 차이를 유추할 수 있다. 사실상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누가 더 우월한지를 따지며 혐오하고 있다. 미래 시대에는 기술발전으로 현시대 보다 소득격차가 더욱 심할 것이다. 아는 자는 발달된 기술을 통해 더 많은 돈을 쉽게 손에 쥘 수 있고, 모르는 자는 여전히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데 급급할 것이다. 발달된 기술은 사람의 육체적 가치를 한 없이 낮추고, 산업화와는 달리 정신적 가치 또한 낮출 수 있다.
우리는 화를 느끼면 쉽게 타인에게 표출한다. 특히 화를 내도 될 것 같은 사람에겐 더욱 가감없이 화를 내고 쉽게 악마가 된다. 현실에 대한 불만은 더 나은 삶, 더 많은 부를 원하게 되고 분노로 변화하기 쉽다. 이러한 분노를 기득권층이 아닌 주민들 보다 더 열등하고 약한 사람들에게 돌린다면 기득권층은 그들의 부를 누리면서 분노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TV를 틀면 나오는 사회부적응자들의 살인 혹은 강간뉴스는 지금도 접할 수 있다. 사회에서 떨어질수록 그들은 소외되고 외로움을 느끼고 다른 이들과 비교하며 이러한 감정은 분노로 표출된다. 그렇게 주민들은 자신의 불만을 두려움과 미움으로 탈바꿈 시킨다. 혹은 불만을 생각할 에너지를 남겨두지 않는다. 그렇게 기득권층은 소수층을 배척하는 정책을 낼수록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더 큰 권력을 손에 쥔다. 후세에 더 좋은 DNA를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은 그럴싸하다. 하지만 이 말은 현 세대 사람들에게 후세를 위해 자신의 삶을 내놓으라는 말과 같다. 사람들을 나누고 검열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는 주인공의 퇴직을 통해 볼 수 있다. 영예로운 퇴직 뒤에는 낡은 집뿐이다. 그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희생만 했다. 영예로운 일을 했다는 환상 속에 살아갈 뿐이다.
[결론]
우리는 아는 만큼 볼 수 있다. 자신이 잘못됐다고 느낄 때 이 거대한 흐름을 역행할 자신이 없음을 느낀다. 그리고 더욱더 잘못된 생각에 맹목적으로 믿어 죄책감을 잊는다. 이것도 일종의 중독이 아닐까.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가 깨어있게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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