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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어스파>에서 이어진 리처드 파커와 그웬 스테이시, 리처드 파커의 서사를 <어스파2>에서 종결짓는다. 개인적으로 중심 서사는 정말 매력적이었으나 빌런들의 서사는 아쉬웠다. 그린 고블린, 일렉트로, 라이노가 빌런으로 등장하나 캐릭터가 굉장히 단편적으로 등장하고, 코믹스 팬들만 눈치 챌수 있게끔 해리의 비서로 등장하는 펄리샤(블랙캣)와 일렉트로를 구박하는 스마이스(스파이더 슬레이어), 스페셜 프로젝트에서 등장하는 벌처의 날개, 옥토퍼스의 기계팔, 의문의 남자 미스터 피어스까지 등장인물이 많아도 너무 많다. 떡밥을 찾아 헤매는 코믹스 팬이나 유튜버들에게는 좋은 요소일지 모르겠으나 코믹스 팬이 영화를 봤다면 영화 집중을 방해하는 역할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영상미도 멋있으나 산만한 편.
-스토리 6
리처드 파커 - 그웬 스테이시의 연설 - 스테이시 경감의 유령 - 루즈벨트 지하철(소아마비 다리를 점, 혈청 연구와 연결) - 리처드의 영상 - 그웬의 죽음 - 그웬의 연설 - 어린아이 스파이더맨 - 딛고 일어선 도시의 희망 스파이더맨
<어스파1>때부터 피터가 끊임없이 찾아다닌 아버지 리처드 파커에 대한 서사는 그웬과 함께 극대화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 서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특히 그웬의 죽음이 리처드 파커의 죽음, 어린아이 스파이더맨과 연결되면서 위험할지 몰라도 자신의 삶을 자신이 "선택"하는 것을 강조했다. 이 서사에서 그웬은 보호받아야 할 여자가 아닌 주체적인 인간이었고, 어린아이도 보호받아야 아이에서 용감한 아이로, 리처드 파커 또한 아들을 매우 사랑하지만 과학자로써 책임을 묵묵히 지는 등 그들의 삶과 "선택" 강조된다. "설령 실패한다 해도 그보다 더 좋은 삶이 어디있겠어요?"라는 그웬의 대사가 가슴을 파고 들었다.
반면, 아쉬운 점은 빌런의 서사가 너무 단편적이다. 일단 메인 빌런이 그린 고블린, 일렉트로였는데 둘 다 너무 맹목적인 캐릭터다. 한 쪽은 스파이더맨 피에 너무나도 집착하고 한 쪽은 스파이더맨을 친구로 너무나도 집착한다. 스파이더맨 피에 대한 내용도 피터 파커가 조금 더 친절히 설명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일렉트로는 이름만 불러줬는데도 감동을 너머서 망상으로 까지 뻗치니 매력이 안느껴졌고 되려 괴리감, 혐오감이 들었던 것 같다. 다른 영화에서 빌런 굿즈를 모을지 언정 일렉트로 굿즈에는 손이 영 안가게 캐릭터화 해버렸다.
이렇듯 맘에 드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게 너무 극과 극으로 나뉘어서 평가하기가 참 애매하다.
-연출 7
전편처럼 성장 드라마보다 로맨스에 강점을 보인다. 스테이시 경감을 비롯해 많은 걸 생각하는 피터 파커와 피터만 생각하는 직진녀 그웬 스테이시의 연출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그웬의 샷엔 오로지 그녀만 있는 반면, 피터의 곁엔 배경과 그웬이 눈 앞에 있다. 그웬은 오로지 자신의 선택대로 삶을 살고 있는 반면, 피터는 많은 책임에 짓눌려 있는 상태다. 이때 대사 조차도 "넌 스파이더맨이고 그 점을 사랑하지만, 난 피터 파커를 더 사랑해. 난 그거면 돼"라고 그웬이 말하는 반면, 피터는 "널 잃을 수 없어"라고 답한다. 이후 그웬은 "잃는 게 두려워서 함께 할 수 없다면 그게 더 불행한 거 아니야?"라고 답하며 그와 이별한다. 감독이 연애 경험이 많은 건지 영화를 보는 나도 그들의 삶에 몰입하게 만들었던 장면이다. 그 외에도 다리에서 I LOVE YOU를 연출하고 도시의 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둘의 키스신과 같은 로맨틱한 장면이 줄을 잇는다. 또한, 나무를 사이에 두고 스파이더맨으로써 책임감, 옥스포드대 장학회 때문에 영국으로 떠나야 하는 둘의 미묘한 긴장감도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슈퍼 히어로 장르는 모르겠고 로맨스 코미디로써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어스파2>에서 최고의 장면을 꼽자면 그웬의 사망씬을 다루고 있는 시계탑 시퀀스다. 연설 장면부터 유한한 삶에서 선택을 강조한 만큼 시계와 톱니바퀴가 등장하는데, 스파이더맨은 그녀를 살리기 위해 톱니에 발을 끼워넣어 시간의 흐름을 막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고 결국 거미줄이 잘려 그웬은 아래로 떨어진다. 이때 피터 손에서 뻗어나가는 거미줄은 사람 손처럼 표현되고 그의 절박함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그의 간절함과 달리 그웬은 머리를 바닥에 찧어 사망하게 되고, 이때 시계탑의 분침이 돌다 멈춘다. 인간의 삶은 유한했고 흐름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에 슬퍼하던 피터 파커는 USB에 들어 있던 그웬의 연설을 통해 선택의 중요성을 배웠고 실패 속에서도 희망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음향과 영상미로 일렉트로의 웅장함을 연출했으나 영상이 다소 산만하단 인상이 들었다. 등장인물이 많은 스토리도 이에 한몫한 것일까. 초반 플로토늄은 맥거핀처럼 작용해버렸고 여러모로 산만하게 연출하는 요소가 많다.
-영상미 7
<어스파>처럼 영상미가 훌륭하긴 했지만, 나는 전작이 더 깔끔하고 매력적이었다. <어스파2>에서 리처드 파커 부부의 죽음을 비행기 씬에서 다루는데 핸드헬드 캠을 사용한것인지 카메라가 굉장히 흔들린다. 예전 제임스 본드 <퀀텀 오브 솔러스>를 볼때처럼 눈이 피로했다. 스파이더맨의 활공 액션씬에서도 영상이 굉장히 흔들린다. 그리고 일렉트로가 등장해 빛이 강조되는 만큼 전깃불이 아름다우면서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타임스퀘어 씬이나 도시의 야경, 일렉트로와 싸울 때 음악 게이지처럼 연출되는 전력망 등 아름다운 장면들도 굉장히 많았다.
-연기 6
스토리의 연장선이긴 하나 캐릭터들이 단편적이라 연기가 모두 과하다고 느꼈다. 스파이더맨에게 감동받고 극성팬이 되고 망상에 빠지는 과정이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해리 오스본 또한 서사에 비해 과도하게 분노에 차 있는 느낌이 들었다. 등장부터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화나 있고 짜증나 있다. 감정이 하나 밖에 없나 싶을 정도.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에서 해리 오스본의 분노가 노먼 오스본의 죽음으로 설명된 반면, <어스파>에서 해리 오스본은 어릴 때 애정을 주지 않아 노먼 오스본을 증오하고 모든 것들을 증오하는 편이다. 부모한테 사랑받지 못했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사람이 항상 화나 있진 않으니까. 그의 외모가 날카롭고 묘한 느낌을 풍겨서 이런 느낌을 더 극대화 시키는 것 같다.
반면, 피터 파커와 그웬 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는 멜로로써 너무 좋았다. 실제 연인이기도 했으니 둘의 연기에 진정성은 충분했다.
그 외에 캐릭터는 워낙 등장인물이 많아 짧게 짧게 등장해 사라진다. 라이노도 약간 덜떨어진 마피아 캐릭터로 시종일관 한결같다.
-음향 8
<어스파>에 이어 음향 하나는 최고였다. 타임 스퀘어 씬에서 맥스 딜런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음악이 연출되다 전기 능력을 쓸때 일렉트로닉 뮤직을 사용하면서 초라한 맥스 딜런과 강력한 힘을 가진 일렉트로를 표현하고, 전광판에 자신의 모습이 나오면서 갑작스레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자 속삭이는 듯한 음악이 깔리기도 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선을 택할지 악을 택할지 불안함을 증폭시키는 배치하기도 했다.
그리고 도시를 구하느라 그웬과 대화하지 못했던 피터는 방에 돌아와 <GONE GONE GONE>을 듣는다. "네가 떠나도 널 사랑해"라는 내용인데, 그웬의 영국행 뿐만 아니라 아버지 리처드 파커에 대한 감정선도 극대화시킨다. 이때 리처드는 아버지의 가방을 창고에 박아놓고 문을 닫았지만, 결국 시선을 떼지 못하고 루즈벨트를 검색하게 된다. 그 만큼 피터의 삶에 리처드 파커와 그웬은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다.
최종씬 전력망 전투씬에서도 직접적으로 "난 이 음악 싫은데."라고 말하며 음악이 강조된다. 음악 게이지처럼 전력 타워가 오르내리는 것도 엄청난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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