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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후기

듄(2021) : 건조한 이야기와 풍족한 시청각

by 어린 아이 2021.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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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2021)
B

*<듄> 뜻
사구, 모래 언덕을 뜻한다.


신장판 소설 1권을 읽고 관람한 후기입니다.



[총평]
영화를 굴러가게 만드는 플롯은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하코넨 가문의 갈등이며, 영화에 탑승한 관객 앞에 보이는 목적지는 폴 아트레이데스의 운명과 베네 게세리트의 존재다. 영화 개봉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방대한 세계관" 앞에 감독은 결단을 내린듯 하다. 인물들의 서사를 포기한 채 음향과 영상, 낯선 세계관이 주는 웅장함과 호기심으로 이 영화를 끌고 간다. 그래서 기승전결 구조를 중시하는 관객과 체험하는 관객 사이에 호불호가 많이 갈릴 영화라 평하고 싶다. 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은 기승전결을 기대하는 경향이 강하고, 소설을 읽은 관객은 체험에 의의를 두는 경향이 강하다. 왜냐하면 소설을 읽은 사람은 이미 서사를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후자에 속하며, 이 영화를 호평하는 관객 중 하나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여유롭고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해 간다. 영상과 음향이 강조되는 만큼 일반관 보다 시설이 좋은 극장에서 더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영화 시작부터 Part 1이라 표기되어 있고, 등장 인물 중 한 명이 "이제 시작이야"라고 말하는 만큼 이 영화는 다음 작품을 위한 예고편에 가까운 영화다. 감독 드니 빌뇌브 또한 인터뷰를 통해 "Part 1이 자신에게 에피타이저이며, Part 2가 메인 식사"라고 말한 바 있다. Part 2가 기대되는 작품이나 Part 1에선 미술 그림 한 점 보고 온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영화라 아쉬움이 남는다.

*소설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이만큼 흥미로웠을까 반문하게 된다. 특히 스토리에서 세계관을 헷갈리지 않고 담백하게 풀어낸 것은 좋았으나 기승전결이 완만하다.

-스토리 6(4?)


이야기는 신장판 <듄> 소설 1권의 절반을 다루고 있다. Part 2에서 나머지 뒷 부분을 다룰 예정인 만큼 이야기가 중간에 끊긴 느낌이 든다. 주인공 가문은 원수 가문에게 습격 받아 모든 걸 잃었고 사막에 버려졌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 기승전결 중에 "기"정도만 표현한 편이다. 그래서 서사가 주는 재미가 전혀 없는 편이다. 등장인물 또한 각종 생소한 개념을 설명하느라 소외되어 등장했다가 바람처럼 사라지곤 한다. 누군가 습격을 하고 이를 알고 있는 듯한 등장 인물들이 나오나 그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폴의 예지몽과 베네 게세리트의 존재, 모래 벌레와 프레멘의 존재 등 그 어떤 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영화관에서 감탄하며 나오지만, 곱씹을수록 머리에 뭔가 남지 않는 영화다.
복잡하게 끌고 가지 않기 위해 스토리를 간소화 한게 느껴지는데, 하베스터를 데리고 가는 캐리올이 고장났을 때 아트레이데스가 하코넨의 음모가 아닌지 의심한다. 하지만, 카인즈는 "사막에서 장비가 쉽게 노후화 된다."라는 식으로 끊어버리는데, 소설에서는 원래 캐리올 자체가 하코넨의 음모로 사라진다. 일부러 설명하는 쇼트를 넣지 않기 위해 간소한 느낌이 많이 났다. 그래서 심오해 보이는 등장인물이 그냥 죽어나가는데도 구태여 설명하는 대사를 넣지 않는다. 영화의 스토리가 전반적으로 사막처럼 삭막한 편. 보는 사람 입장에선 결과만 나열하고 원인은 설명해주지 않는 영화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감춰져있고 베일에 싸여진 내용.

-연출 8


<듄 1984>를 봐서 자연스럽게 이와 비교하며 영화를 보게 됐다. 그래서 연출에서 만족감이 높았는데, <듄 1984>와 소설 <듄>에서 내적 독백으로 세계관을 설명한다. '저 사람의 뺨이 씰룩 거리는 걸 보니 거짓말 하고 있어'라는 식으로 속 마음을 관객에게 전달하면서 생소한 개념들을 풀이해 나가는데, 소설 매체인 경우에는 그렇다 넘길만 한 기법이나 <듄 1984>에선 너무도 많이 남용되어 오디오북을 듣고 있는 건지 영화를 보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가게 만드는 장치였다. 반면, <듄 2021>에서는 인물의 내적 독백이 완전히 사라졌다. 곰 자바 시험에서 원래 고통 받는 폴 아트레이데스가 베네 게세리트의 기도문인 "두려움은 정신을 죽인다."를 속으로 읊지만, <듄2021>에서는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의 입을 통해 이 기도문을 교차편집한다. 곰 자바 장면 또한 타오르는 불꽃과 타들어가는 손을 교차 편집해서 표현하지 대모가 구구절절 원리를 설명하지 않는다. 소설을 읽은 입장에선 정말 무릎을 탁 칠만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수동적인 관객들에겐 불친절한 영화가 될 듯. 감독이 관객을 믿고 있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나는 이 연출이 극의 무거움을 이끌고 가는데 가장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레이디 제시카가 수화를 이용해 사람들과 대화하는데, 이 또한 내적독백을 대체하고 조용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관객들에게 강조하는 역할을 했다. 대부분 관객의 이목을 끌기 위해선 큰 소리를 외치기 반면인데 이 영화에선 소리를 줄여 주의를 집중시킨다. 이 연출 또한 상당히 묘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교회나 절에 갔을 때 조용히 하듯 이 연출 또한 폴의 운명과 베네 게세리트의 종교와 잘 맞아 떨어진 연출이라 느꼈다.

-영상미 8


사막과 하베스터와 모래 벌레, 우주선들을 담기 위해 롱 쇼트와 익스트림 롱 쇼트가 주로 사용되며, 근접 샷은 대부분 미디엄 쇼트에서 멈춘다. 반면 카메라 이동은 달리 쇼트를 활용해 자유롭게 하는 편이다. 고정 클로즈업을 사용하는 장면은 주인공인 폴 아트레이데스와 어머니인 레이디 제시카의 감정선을 노출할 때 주로 사용되고, 혹은 생소한 개념들을 설명할 때 관객들에게 "This"라고 손가락질 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향이 강했다. 전투씬 조차도 멀리서 풍경을 잡듯 활용하는 경우가 강한데, 이는 한 인물을 강조하기 보다 전체적인 흐름을 부각시킨다. 비유를 들자면 급류에 휩쓸려가는 개인보다 강물을 이루는 수많은 사람들을 강조한다는 것인데, 인물의 개인 의지보다 큰 흐름을 강조하는 운명론에 적합한 앵글이었다. 등장 인물들이 아무리 바꾸기 위해 발버둥 쳐도 강물을 거스를 수 없듯이 말이다. 다만, 일부 관객들에게 흥미가 떨어지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렇듯 전반적으로 영화는 인물보다 인류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설 속에서는 사막과 바다를 대칭적으로 사용한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해상력과 공군력으로 원래 살고 있던 칼라단을 장악했고, 아라키스에선 사막의 힘으로 장악하려 한다는 점도 이어지는 대칭인데 이를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소설 속에서도 모래 벌레는 잉어로 비유되며 모래 벌레가 사막을 이동할 때 생기는 모래 구름은 물결로 비유되기 때문이다. 영상으로 이 비유가 크게 와닿진 않는 편.
퀴사츠 헤더락이라는 주제와 알맞게 신비스럽고 묘한 분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간다.

-음향 9

OST의 거장 한스 짐머라는 이름 값을 떼놓고 봐도 이 영화에서 음향은 상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편이다. 내적 독백이 사라지면서 음향이 많이 줄었는데, 그 공백을 음악이 가득 채우고 있다. 음악 또한 신비로움, 근엄함, 엄숙함, 장엄함 등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로 준비되어 있어 에피타이저에 감칠맛을 돋우는 소스 역할을 한다. 음악이 없었더라면 진짜 엄청 지루한 영화가 되었을 것. 서사의 빈약함을 음향과 영상미로 멱살 잡고 끌고가는 영화다. 또한, 베네 게세리트와 폴, 사다우카의 독특한 목소리도 극의 분위기를 묘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연기 7

레이디 제시카 역을 맡은 레베카 퍼거슨의 외모가 정말 배역과 잘 맞다고 느꼈다. 아들 때문에 슬퍼하거나 베네 게세리트 때문에 불안에 떠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도 연약하다는 느낌보다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게다가 묘한 느낌도 드는데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폴 역할을 맡은 티모시 샬라메도 악몽같은 예지몽에 시달리는 만큼 야윈 체형도 매치가 잘 됐고, 약간 게슴츠레 뜬 눈이 묘한 느낌을 풍겼다. 다만 다른 등장 인물들은 사막보다도 등장 시간이 적은 경우가 많아서 연기를 아무리 잘한다 한들 기억에 오래 남지 못했다. 조연들이 단역처럼 사용된 경향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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