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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후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피터 파커의 탄생 (그웬 스테이시, 앤드류가필드, 엠마스톤)

by 어린 아이 2021.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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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영상 1개


[서론]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에 묻혀 빛을 많이 보지 못한 작품이다. 나 또한 '스파이더맨은 토비 맥과이어지.'라는 신념 아래 자세히 챙겨보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다시 보고나니 전작의 영광에 묻히기엔 너무 아까운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파이더맨 트릴로지>가 찌질이 피터 파커와 소년 성장물로써 한 획을 그었다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피터의 연인 그웬 스테이시와 함께 스파이더맨 로맨스 코미디 장르에 한 획을 그었다 생각했다. 또한, <스파이더맨 트릴로지가> 서사와 진정성이 부각됐다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멜로와 스타일리쉬한 영상미가 도드라진다.

 

 

-스토리 6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던 벤 삼촌과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교훈과 레슬링에서 영감을 얻은 슈트 탄생 일화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비교적 조잡하게 다뤄졌다. 슈퍼 마켓에 들러 어린 애처럼 초코 우유를 사는데, 가진 돈이 없는데도 뻔뻔하게 "그깟 2센트" 정돈 봐달라며 짜증을 낸다. 그리고 돈을 훔치는 강도로부터 초코 우유를 건네받고 그를 잡지 않고 놓아주는데, 이때 집을 나간 피터 파커를 찾으러 나온 벤 삼촌이 강도와 부딪히고 강도는 총을 흘리게 된다. 사실 그 강도는 총기로 시민을 위협하고 있지도 않았고, 단지 돈을 훔쳐 뛰어가던 중에 흘린 것 뿐이었으나 벤 삼촌은 정의감에 권총을 두고 씨름하다 총을 맞고 사망한다. 돈이 없으면서 초코 우유 좀 그냥 달라고 생떼 부리는 피터 파커의 모습과 엔딩 부분 메이 숙모의 "넌 착한 아이야. 의심하는 사람 있으면 누구든 데려와"라고 말하는 게 잘 맞지 않는 느낌이 들어 조잡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벤 삼촌이 총을 보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단지 흘린 것 뿐인데도 그 총을 강탈하려 했다는 점에서 조심성이 없다고 느꼈다. 이에 이어 플래시를 애들 앞에서 굴욕 준 피터 파커에게 높은 어조로 잔소리를 엄청나게 하는데, 따뜻한 벤 삼촌의 느낌보다 꼰대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외에 옥상 바닥이 무너져 우연히 레슬링 장에 들어가게 되고, 타이즈를 만들게 되는 것도 넣어야 하니까 넣은 개연성 같았다. 이렇듯 전작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테마는 발칙한 오마주 수준으로 가볍게 다뤄진다. 벤 삼촌의 정신적 스승 역할 또한 약해졌는데, "남을 도울 능력이 되면 도와야 한다고 믿었다. 그건 선택이 아니야 책임이지."라는 식으로 변형되었고 이 대사 마저도 벤 삼촌의 조언이 아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피터의 아버지 리차드 파커가 갖고 있던 철학이었다. 이 시리즈에서 확실히 벤 삼촌은 뒷전으로 물러났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주요 서사는 그웬과의 관계다.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에서 엠제이는 쟁취의 대상, 책임의 대상이었다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그웬 스테이시는 함께하는 동반자에 가깝다. 리자드와 싸울 때도 구태여 그웬 스테이시가 트로피로 교수 머리를 치는 장면을 넣은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백신을 퍼트리는데도 그웬의 공이 굉장히 컸다. 공부도 잘하고 꾸밀 줄도 아는 주체적인 여성이다. 피터 파커가 2등이고 그녀가 1등인 만큼 스파이더 능력이 없었다면 그녀가 능력적으로 더 유능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둘은 사랑에 빠지는데, 이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그웬의 아버지 스테이시 경감. 피터는 처음 만난 식사 자리에서부터 그녀의 아버지 스테이시 경감과 스파이더맨을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는데, 당연히 그의 눈에 피터가 탐탁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피터의 정체를 알게되고 결말부에 가선 피터와 스파이더맨을 동시에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주요 서사를 담당할 "그웬을 위험에 빠뜨리지 마"라는 약속을 한다.

전반적으로 생체 실험에 목맬 수 밖에 없었던 빌런 리자드의 서사와 피터의 로맨스는 굉장히 매력적이었으나 벤 삼촌과 관련된 성장의 서사는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애초부터 벤 삼촌보다 리차드 파커를 중요하게 다룰 거였다면, 벤 삼촌은 리차드 파커를 전달해주는 역할로 소모시키고 엔딩에 리차드 파커의 메세지를 남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코믹스 팬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나 싶다. 여러모로 벤 삼촌이나 메이 숙모가 전작에 비해 큰 임팩트가 없다. 반면, 그웬 스테이시의 임팩트는 매우 크다.

 

-연출 7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로맨틱 코메디에 강점이 보여 마크 웹 감독의 커리어를 찾아봤는데, 전작도 <500일의 썸머>라는 로맨틱 코메디를 감독했다. <어스파>에서 피터는 장난꾸러기 모습이 도드라지는데, 칼을 꺼낸 범죄자에게 칼이 무섭다며 무릎 꿇고 비는 장면처럼 재치있고 귀엽다. 그리고 그웬과 춤추듯 거미줄로 그녀를 당기는 연출과 럭비장에서 텅빈 관중석을 함께 잡아 둘만의 시간을 강조하는 것, 다친 피터를 치료해주는 씬 등 멜로 분위기를 한껏 연출한다. 그웬 앞에서 리자드를 거미줄로 꽁꽁 묶고 로맨틱하게(?) 그녀를 창밖으로 던지는 장면 또한 인상적이다. 이렇듯 재치와 사랑이 넘치는 <어스파>였다.
그 외에 기억나는 장면은 소용돌이 치는 하수구 위에 설치한 거미줄에서 어디로 올지 모르는 긴장감이 인상적이었으며, 미국 국기가 훗날리고 노동자들과 경찰이 피터를 돕기 위해 협조하는 장면이 최고의 명장면이지 않을까 싶다. 또, 재밌는 점은 피터 방안의 포스터로 그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한다. 아인슈타인의 그의 천재성을, <이창> 포스터는 그의 관음증을 표현하고 있다.

 

-연기 7


피터 파커가 전작과 무조건 비교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떻게 캐릭터라이징할까 궁금했는데, 정말 다른 매력으로 잘 구축한 것 같았다. 우선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에서 피터는 플래시에게 괴롭힘 당하고 엠제이에게 말도 못 붙이는 찌질이였다면, <어스파>에서 피터는 고독한 아웃사이더에 가깝다. 괴롭힘을 당하기 보다 오히려 괴롭힘을 막아서는 용기를 갖고 있었고, 그의 과학 능력도 전작이 대학교 최상위권 학생 수준이었다면 <어스파>에선 과학고 2등을 넘어 천재 수준이다. 교수도 못 푼 방정식을 풀어내고, 오스코프 사의 바이오 케이블을 이용해 직접 웹슈터를 만들었다. 플래시와의 관계도 일방적으로 맞는 피해자 보단 만만한 "친구" 정도였다. 전작의 피터가 엠제이에게 말도 못 붙였다면, <어스파>에서 피터는 말을 더듬거리긴 하지만 그웬에게 말도 걸고 약속도 잡는다. 장족의 발전이다. 이외에도 물구나무를 선다거나 야마카시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앤드류 가필드의 민첩성을 한껏 뽐낸다. 덕분에 스타일리쉬하고 경쾌한 스파이더맨이 탄생했다.

그웬 스테이시는 엠제이와 비교했을 때 능력도 뛰어나고 주체적인 여성이다. 고등학생임에도 코너스 교수 밑에서 수석 인턴을 수행하고 있으며, 백신도 만들어 내는 발군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또한, 금발에 화려한 이목구비, 연구실에서 롱부츠를 신는 등 패셔니스타인 점도 강조한다. 여러모로 만능 캐릭터다. 전작에서 엠제이가 구출 대상이었다면 <어스파>에서는 협력자다. 영화를 끌고가는 두 캐릭터가 앤드류 가필드, 엠마 스톤 그 자체다.

다만 아쉬운 배우는 벤 삼촌과 메이 숙모였다. 벤 삼촌은 묵직한 조언가보다 남성적인 잔소리꾼 같았다. 피터를 몰아붙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메이 숙모는 벤 삼촌보단 괜찮았지만, 여전히 정신적 스승 역할을 하기 위해 안달난 사람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외에 코너스 교수는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의 그린 고블린 수준의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 생각하지만, 캐릭터가 전작 그린 고블린에서 거의 차용한 느낌이 들었다. 스테이시 경감이 스파이더맨에게 느끼는 열등감이 좀 뜬금없을 수 있으나 명예직인 경찰관의 스테레오 타입이라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상미 9


이번 편에서 영상미 하나는 굉장히 부각됐다. 빌런 리자드가 도마뱀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영상 내내 질감이 강조된다. 코너스 박사의 도마뱀 피부, 그웬네 집에서 먹은 농어의 껍질, 스파이더맨 슈트의 사실적인 질감 묘사까지. 스파이더맨 슈트는 너무 사실적이고 질감이 도드라져서 실제 거미 인간 같은 착각이 들어 징그럽기까지도 했다. 또 하나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멋진 슈트를 만들어 입고 1인칭으로 빌딩에 착 달라 붙어 자신의 모습을 본 스파이더맨이었다. 헬기 조명에 멈춰진 스파이더맨의 모습 등 영상미가 예술이다. 엔딩 활공 액션도 만족스러운 팬서비스였다.

그리고 피터 파커 역을 맡은 앤드류 가필드가 체형이 날렵해서 그런지 곡예에 가까운 액션을 보여준다. 야마카시, 아크로바틱에 가까운 활공, 벽타기 액션 등은 전작과 비교도 안될정도로 출중하다. 그래서 영화가 굉장히 스타일리쉬하고 경쾌하단 느낌이 들었다. 

 

-음향 9

 

내게 <어스파>는 영상과 음향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능력을 얻은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힘조절에 실패해 이것저것 다 부수는데 그때 록 음악이 흘러나오고, 웹슈터를 개발할 때는 신비하고 웅장한 음악이 깔린다. 이때 쓰레기 통으로 던지는 젓가락 두쪽에 맞춰 오케스트라의 경쾌한 리듬감까지 살리는 재치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최고의 명장면인 크레인씬에서 빌딩에서 떨어진 스파이더맨이 올라올 걸 이미 알고 있는데도 그때 등장한 음향 때문에 감동을 안 받을 수가 없었다. 그 외에 하수구 씬에서 거미줄로 현악기를 튕기는 소리와 휩쓸려 들어가는 물소리가 오케스트라와 섞여 분위기를 아주 맛깔나게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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