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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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영상 2개입니다-
1.에로스 등장
2.블랙 나이트 공개
-스토리 6
스토리의 메인 갈등은 이터널스들이 "셀레스티얼을 선택할 것인가?" "인류를 선택할 것인가?"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자연의 섭리를 따를 것인가?" 혹은 "인간의 욕망(자유의지)을 따를 것인가?"였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의 섭리란 신의 뜻으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의미하고, 인간의 욕망은 현대에 들어선 인간의 뜻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니체의 "신은 죽었다."를 기점으로 나뉘는 전통과 현대를 말한다. 다양성을 주장하는 만큼 이 영화는 포스트 모더니즘 영화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자세히 첨언하자면 셀레스티얼이 행성을 파괴하고 다시 만드는 건 우주의 질서이자 신의 뜻, 자연의 섭리다. 반면, 이 질서에 대항하고 살아가길 바라는 건 인간의 욕망에 해당한다. 이터널스는 인간이 아닌 로봇이지만 신적 존재 셀레스티얼과 인류라는 갈림길에 놓이면서 가치관을 선택하는 인간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더 큰 선을 위해 작은 선을 포기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류를 선택하고 셀레스티얼로부터 승리한다.
환경을 빼고 인간 하나만을 독립적으로 봤을 때 인간에게 주어진 것을 신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등장인물 중 파스토스의 동성애와 테나의 매드 위리 증후군을 정신적인 것으로 마카리의 청각 장애나 스프라이트가 늙지 않는 건 신체적인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들은 과거 인류사를 돌이켜 봤을 때 사회적 약자였고, 인간들이 생각하는 우주의 질서 아래 탄압과 비난의 대상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우주의 질서는 성경이나 절대적인 가치 등 전통적인 서양 가치관을 의미한다. 과거부터 동성애보다 이성애가 생식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테나의 조현병을 조현병과 같은 정신병으로 보고 마카리의 청각장애, 스프라이트가 겪고 있는 것을 왜소증과 같은 희귀병으로 본다면 불완전한 사람이었다. 즉, 이들의 모습은 "우주의 섭리 아래 약자들이 희생되도 되는가?"라는 메세지를 증폭시킨다.
그리고 역사가 흐르면서 드루이그는 인간에게 분노하는데, 이때 그는 아즈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며 전쟁이 아닌 대학살(Genocide)라고 말한다. 강자가 약자한테 하는 행위다. 파스토스가 눈물을 흘리는 히로시마 원자 폭탄 사건 또한 원자 폭탄에 맞고 죽은 사람들 속에 군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 섞여 있었다. 이를 통해 파스토스는 배신감을 느꼈고 자신이 기술을 내어준 것에 후회했다. 드루이그와 파스토스는 제국주의와 1, 2차 세계대전으로 대변되는 인간의 악한 면모에 실망한 인류를 대변한다.
그리고 이런 파스토스가 다시금 인류에게 애정을 갖게 된 것은 "사랑"이었다. 실망했던 파스토스는 가족을 구성하며 다시 인류를 믿게 되었다. 또한, 그 동안 역사 속에서 소외되었던 테나 곁엔 항상 길가메시가 있었고, 스프라이트 곁엔 킨고와 세르시가, 파스토스 곁엔 가족과 에이잭이, 청각 장애를 가진 마카리 또한 드루이그로부터 애정을 받으며 사랑받았다. 그들의 최종 능력인 유니마인드 또한 사랑이라는 메세지와 잘 연결되어 티아무트라는 신적 존재를 잠재우는데 성공한다. 인류가 절대적인 가치(신의 뜻)를 잠재우고 상대적인 가치(인간의 뜻)을 지켜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돌아갈 고향 올림피아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신의 뜻이 거짓말이었다라는 것이고 절대적인 가치관의 기만을 보여준다. 과거 마녀사냥이 그런 이유로 실시되었다. 신성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무고한 인간을 잡아 죽였는데, 그 이유 자체가 사실은 인간이 만든 허상이라는 것이다. 최종 엔딩에서 하늘을 상징하는 이카리스가 태양으로 돌진해 죽음을 맞이하는 결말은 그로부터 생성된 이카루스 신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신과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강렬한 태양 빛으로 인해 밀랍이 녹아 죽은 것이 이카루스다. 신(태양, 절대적인 가치관)을 쫓는 자가 그 가치관으로 인해 파멸을 맞이한 것이다. 이카루스가 힘과 권력을 상징하고 세르시가 풍요와 사랑을 상징하는 만큼 이카루스의 패배는 가부장적 세계관의 해체를 뜻하기도 한다.
이렇듯 영화 <이터널스>는 인류사를 따라가며 포스트 모더니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장르는 드라마에 가깝다. 감독 클로이 자오 또한 전작 <노매드랜드>에서 휴머니즘을 보여주고 호평받은 만큼 이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 감독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수장 케빈 파이기가 그녀를 만났을 때 모래알을 확대한 사진을 보여주며 겉보기에 모래는 똑같이 생겼으나 확대해보면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터널스> 또한 이런 주제를 담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것. 그래서 다양성을 표현한 슈퍼 히어로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슈퍼 히어로 장르와 개연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블이 대형프렌차이즈 시리즈라는 이유로 매번 관객들의 기대에 부흥해 상업 영화만을 추구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적어도 세계관의 개연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주제가 전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클로이 자오 감독은 MCU <이터널스>를 잭 커비의 <이터널스>와 완전 별개의 내용으로 봐달라고 한 만큼 코믹스 설정을 따르지 않는다. DNA 조작이 아닌 외계로부터 온 설정으로 변경되었으며, 익셉션에서 밥 먹듯이 부활하는 구조 대신 로봇으로 등장한 만큼 재생산 될지 언정 부활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러나 "태초의 수호자" 컨셉은 코믹스나 영화에서나 동일하다. 7천 년 전부터 인류 곁에서 데비안츠를 잡아 온 것. 그리고 그들은 영화에서도 이카루스 일화가 언급된 만큼 인류에게 신화적 존재였다. 코믹스에서 이터널스가 올림푸스 신들과 싸운 전적이 있는 만큼 인간보다 토르처럼 지구 신에 가까운 인물들이다. 이런 막강한 존재임에도 에이잭은 전투능력이 거의 없는 듯 낭떠러지에 떨어져 데비안츠에게 죽고, 치유 능력이 생긴 데비안츠 변종으로부터 이터널스 최강 파워 길가메시가 사망한다. 7천 년간 데비안츠와 싸운 이터널스의 전투력이 애매해져 버린 것이다. 반대로 테나는 손발이 다 묶인 상태에서 길가메시의"기억해"라는 말 덕분에 크로를 아무렇지 않게 죽인다. 감독이 주제를 말하기 위해 체스 말처럼 인물을 움직이고 죽이는 느낌이 들었다. 인위적이란 뜻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터널스는 이머전시를 깨닫고 셀레스티얼을 배신하는데, 왜 유독 지구가 예외 행성인가라는 의문을 남긴다. 이 의문은 세르시가 지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아름답지?"라는 시점부터 시작됐다. 다른 영화에서도 자주 쓰인 클리셰 같았기에 매번 외부인들인 그들은 왜 인간처럼 아름다움을 느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또한 이터널스는 많은 행성에서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쳤고, 그곳에서 지적 생명체를 키워 셀레스티얼을 탄생시켰다. 그곳에 사는 지적 생명체에겐 왜 사랑을 가진 생명체가 없었는가? 그 행성은 왜 아름답지 못했는가? 그리고 인간 블랙 나이트와 연애 중인 세르시와 가족을 꾸린 파스토스 말고 인류에 애착을 가질만한 서사도 불분명했다. 물론 에이잭은 엔드 게임으로부터 보여준 인간의 연대와 테나는 매드 위리 증후군을 겪으면서까지 지킨 추억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지구가 첫 행성도 아니었고 이터널스는 자연에서 생긴 지적 생명체가 아닌 목적에 의해 설계된 로봇이었다. 감정적으로 배신할 거였으면 신 보다 윗 존재인 셀레스티얼이 너무 무능하지 않은가? 게다가 에이잭이 인류의 연대와 사랑에 감동한 것이라면, 전 인류가 연대한 건 엔드 게임이 최초였을지 몰라도 <샹치>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처럼 인간들은 각자 자리로 돌아가서 서로 싸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에게 감동받은 것이라면, 테나가 느꼈듯 인류사적으로 사람들의 감동적인 사건이 얼마나 많았는가? 이런 추억이 다른 행성의 지적 생명체에게는 없었다는 건 말이 안된다. 또한 드루이그는 인간에게 회의적이었고, 마카리는 우주선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둘은 인간이 아닌 서로를 사랑했다.
나는 전반적인 스토리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명분을 만드는 느낌이 들었다. 셀레스티얼의 탄생을 위해 제작된 로봇들이라면, 이카리스처럼 셀레스티얼의 탄생을 위해 명분을 만드는 게 자연스럽지 않은가? 그렇다면 세르시를 사랑하는 이카리스는 왜 인류에게 감동 받지 못했는가?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선 절대적 가치관의 상징인 이카리스를 악인으로 만들고 태양으로 집어넣어야 했지만 그 과정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카리스가 죄책감에 자살한 건 이터널스가 굉장히 감정적이라는 걸 보여주는데, 그렇다면 애초부터 에이잭을 죽인 것이 이상해지지 않는가? 한 쪽을 맞추면 다른 한 쪽이 삐그덕 댄다. 게다가 그들의 배신은 그럴 수 있는 판단이었다 해도 이터널스의 변덕 조차 통제 아래 두지 못하고 그들을 막지 못한 셀레스티얼의 무능함과 허술함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게 설정 붕괴가 아니라면 필히 훗날 아리솀은 뛰어난 지적 생명체를 찾고 있었고 불만족스러우면 셀레스티얼을 탄생시켜 또 다른 지적 생명체를 찾아다녔다로 이야기가 전개 될 것이다. 그러나 이터널스 1편에서 밝혀진 내용인 셀레스티얼을 탄생시키기 위해 지적 생명체를 길러낸다는 이유만으로는 이터널스의 배신이 우주적 존재 아리솀을 너무 가볍게 만든다. 그러나 반대로 셀레스티얼의 연출은 압도적으로 묘사된다. 전반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 마카리의 청각 장애 컨셉을 많고 많은 히어로 중에 하필 이터널스에 넣었어야 했나 싶었다. 코믹스로 이터널스를 먼저 접해본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터널스의 모티프 자체가 절대적 가치관 아래 형성된 신화였다. 큰 키, 털이 없고, 등이 굽지 않았으며 흉터가 남지 않고 인류에게 신으로 혼동된 존재. 캐릭터를 아무리 각색한다 해도 캐릭터의 뿌리 자체가 포스트 모더니즘보다 전통적인 가치관에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연히 이터널스라는 캐릭터를 평가할 때 전통적인 가치관을 바탕으로 우열을 나눴다. 즉, 귀가 있는데 청각이 없는 건 결함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청각 장애자에게 청각을 얻을 수 있다면 얻겠는가라고 물었을 때 아마 대부분이 그렇다고 답할 것이고, 청각이 온전한 사람에게 청각을 잃겠는가라고 물었을 때 아마 대부분이 아니라고 답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하나의 기준으로 능력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전통적인 가치관이다. 물론 나는 인간의 존엄성 및 개인의 발전 가능성과 무관하게 신체 기능적으로 우열을 판단한 것이다. 시험 성적 0점 맞은 사람이 80점 맞은 사람보다 인권이나 인간의 존엄성 측면에서 쓸모없는 인간인 것은 아니지만, 해당 분야 시험 문제를 푸는 지적 능력만큼은 후자가 우월하다. 물론 이 말이 0점 맞은 사람은 영원히 80점 맞은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또한 아니다. 그래서 청각 장애는 신체적으로 열등하고 로봇이라면 더더욱 수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이 판단 자체가 나의 편견이라고 느꼈다. 애초부터 클로이 자오 감독은 잭 커비의 이터널스와 자신의 이터널스를 완전 별개의 것으로 봐달라고 부탁했는데도, 나는 잭 커비의 이터널스로 클로이 자오 감독의 이터널스를 평가했다. 선인은 이터널스, 악인은 데비안츠로 표현되는데 그들의 외형 묘사가 이터널스는 인간이 추구하는 미(美)를 따르고, 데비안츠는 인간의 기준으로 추(醜)를 따른다. 이것 자체가 전통적인 가치관을 파괴하는 해당 영화의 모순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데비안츠가 애초부터 지적 생명체의 수호자였다는 점, 즉 선인이었다는 점, 인간의 미를 추구한 이카리스가 악인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스토리를 많이 다듬고 각색했다고 느꼈다.
잭 커비의 이터널스가 그림자처럼 영화를 덮는 건 어쩔 수 없다. 원작을 그대로 살려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욕 먹는 건 마블 제작사와 클로이 자오 감독이 짊어져야 하는 짐이지 않을까 싶다.
추가적으로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처럼 드라마 장르로 풀었다면 슈퍼 히어로 장르에서 기대되는 카타르시스에 대한 아쉬움 없이 깔끔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곱씹을수록 기존 이터널스를 바꾸느라 구조적으로 신경을 많이 쓴 영화라 느껴지긴 한다.
-연출 8
오프닝 씬에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있던 인류를 데비안츠로부터 구하면서 캐릭터의 능력을 소개하고, 세르시가 칼을 주워 황금칼로 주는데 이때 뒷편에 여명을 상징하는 해가 떠오른다. 인류 초기부터 이터널스가 함께 해왔다는 걸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다음 쇼트에서 세르시가 준 황금 칼이 전광판에 보이고, 세르시 휴대폰에 아침 9시라는 알람이 울린다. 그녀는 현재까지도 인간 틈에 섞여 아침부터 인류를 도와주고 있고, 인간의 삶을 하루로 봤을 때 여명 시기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그리고 강의 내용이 포식자에 대 한 설명이었는데, 이때 지진이 일어나면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학생을 구한다. 포식자인 데비안츠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이터널스의 모습을 이 장면으로 묘사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내용이 전개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이카리스와 세르시가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이카리스는 하늘(천상, 태양)을 상징하고 세르시는 땅(대지, 흙)을 상징한다고 느꼈는데, 이카리스는 중력을 거스르는 비행 능력을 갖고 있고 세르시의 손을 거친 물질은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근거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카리스가 등장할 때면 항상 머리 뒷편에 태양이 반짝반짝 빛나고, 그와 얽힌 이카루스 일화에서도 밀랍 날개를 녹인 태양이 주요 상징이었다. 게다가 킨고가 발리우드 세트장에서 춤출 때도 이카리스 내용을 모티프로 공연을 짰는데, 노래 가사에 태양신이 언급된다. 또한, 이카리스는 천상을 상징하는 셀레스티얼의 신봉자였기에 그가 하늘의 대변인 혹은 하늘을 상징한다고 느꼈다.
반대로 세르시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녀는 인간에게 물을 대주고 경작을 도왔다. 또한 그녀를 연출할 때면 황량한 대지와 주변의 모래를 보여줬으며 능력을 사용할 때 자연스레 땅이 카메라에 잡힌다. 그녀는 땅에 발딛고 살아가는 인류를 사랑하는 인물이자 인간의 대변인 혹은 대지를 상징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 두 상징은 신화적인 내용도 꽤 반영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우선 하늘이나 태양 같은 경우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제우스나 아폴론과 같은 남성으로 묘사되고, 동양에서 하늘 같은 지아비라는 표현을 쓴다. 땅 같은 경우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상징이고 지모신이나 대지의 어머니라는 말을 사용한다. 심지어 영단어에 Mother Nature, Mother earth라는 단어도 존재한다.
그리고 여성 리더인 에이잭이 다음 후계자로 이카리스가 아닌 세르시를 지목하면서 힘 센 남성이 아닌 사랑으로 남을 보살피는 여성이 뒤를 잇게 된다. 이는 힘과 권력으로 대변되는 하늘의 뜻이 아닌 풍요와 사랑으로 대변되는 땅의 뜻이 선택 받게 된 것이다. 이 내용은 앞서 말한 포스트 모더니즘의 절대적인 가치관(신의 뜻, 하늘)과 상대적인 가치관(인간의 뜻, 대지)과 이어진다. 이런 스토리 라인과 연출 때문에 이야기 자체가 현대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여기에 더해 마블 시리즈에선 이례적으로 <이터널스>에서 둘의 베드신이 등장한다. 이때 둘이 사랑을 나누는 공간은 바위로 둘러 싸여져 있는 대지의 공간인데, 이는 세르시가 이카리스를 품으로 안는 형세이기 때문에 힘이 센 이카리스가 세르시를 이길 수 없는 복선 같았다. 그리고 사랑을 나누는 그들 뒷편에 태양과 산이 맞닿아 있는데, 태양이 이카리스를 뜻하고 산이 세르시를 뜻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배치라고 느꼈다. 물론 클로이 자오 감독이 <이터널스> 뿐만 아니라 <노매드랜드>에서도 영화 내내 태양을 뒷 배경으로 넣는 편이라 우연의 일치라고 느낄 수 있으나 이카리스와 세르시를 하늘과 대지로 표현한 것만큼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파스토스가 이카리스와 세르시를 대학 친구로 소개할 때 아이작과 실비아로 부른다. 아이작은 성경 속에서 이삭으로 신께 제물로 바쳐진 아이이고, 실비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숲을 상징하는 인물이므로 하늘과 대지로 묘사한 건 절대 우연이 아니라고 느꼈다.
그리고 둘의 사랑은 인류사를 압축해 놓은 느낌을 받았는데, 인류는 처음에 하늘(신의 뜻)을 숭배했고 하늘의 뜻과 인간의 뜻이 잘 맞았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오면서 신과 인간 사이에 갈등이 생겼고 결국 인간의 뜻이 신의 뜻을 이긴다. 세르시가 이카리스가 아닌 인간인 블랙 나이트와 연결되는 결말과도 이어지는 부분이다. 이카리스가 태양에 몸을 던지는 것도 결국 가부장적 가치관, 절대주의 가치관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느꼈다.
이런 이유로 연출은 재미있게 관람했다.
아쉬운 점은 태양을 활용한 연출이 너무 잦다는 점.
-영상미 7
마블 시리즈이기 때문에 CG는 흠잡을 데 없이 화려했다. 하지만, 카메라 사용은 슈퍼 히어로 장르보다 드라마 장르에 더 적합하게 활용됐다. 카메라를 부드럽게 사용하고 전투도 대부분 롱쇼트로 담는데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기대하는 박진감이나 난폭함은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테나의 전투 씬에서는 그녀의 우아함을 강조하면서 이 사용 방법이 강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카리스, 길가메시, 킨고의 싸움에선 남성적인 성향을 강조하지 못하고 독이 된 방법이었다. 이런 점은 화려한 전투씬을 기대하고 온 마블 팬들에게 지루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라고 느꼈다. 카메라까지 클로이 자오 감독이 감독한 것인지 카메라 맨이 온전히 담담한 몫인지 판단할 수 없으나 전반적으로 액션보다 서사에 적합한 영상미였다. 그래서 서사에서 강점을 보여주나 액션은 잃었다.
-연기 3
개인적으로 연기는 조금 아쉬웠다. 한국팬들이 기대하는 마동석의 캐릭터와 동떨어져 있기도 했고, 연기 자체도 영화와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맞는 사람과 마동석의 연기가 티키타카로 강조되는 편이었는데, 마블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면서 사투리의 투박함이 살지 않았고 데비안츠가 쫄아 있는 모습 등을 보여 준게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머가 살지 않았다. 또한 마동석 배우가 영화 내에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개그 감초 캐릭터인데, 대사를 하기도 전부터 웃는 느낌이고 대사 내용 자체도 그렇게 웃긴 건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파이를 떨어뜨릴 때 부자연스러운 연기가 아직도 머릿 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킨고 역을 맡은 쿠마일 난지아니의 발리우드 공연에서도 춤을 못 추는 사람이 한껏 잘 추는 척 연기하는 같았다. 울그락 불그락한 몸이 부각되어 춤선을 못 따라가는 느낌이 더욱 부각되었다. 그리고 안젤리나 졸리의 연기와 전투씬도 분명 우아하고 멋있긴 했지만, 오프닝 장면에서 길가메시와 테나가 데비안츠와 싸울 때 데비안츠가 주인공들을 위해 기다리면서 맞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데비안츠(CG)와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의 합이 조금 안맞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연기가 자연스러웠던 멤버는 스프라이트 역을 맡은 리아 맥휴가 떠오르고, 드루이그 역을 맡은 배리 키오건도 등장할 때마다 흡입력 있는 연기를 보여줬던 것 같다.
-음향 6
음향은 중간에 BTS가 직접 언급되며 그들의 노래 "친구"가 흘러나오는데, 그 장면 말고 음향에서 크게 기억나는 건 없었다. 배경으로 나오는 음악들이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극의 흐름을 해치지 않았던 것 같다.
https://youtu.be/-LX8OM2BhU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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