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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고전 영화 후기

이유없는 반항 : 우유와 플라토(플라톤)의 의미 (제임스 딘)

by 어린 아이 2021.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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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사춘기 청년들이 이유없이 반항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영화의 메인 인물인 고등학생들은 어른 입장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비행을 일삼는다. 그리고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물어보면 모두들. "모르겠어요"라고 답한다. 주디는 아버지와 다툰 후 길거리를 배회하다 경찰서에 연행되었는데, 어째서 길을 배회했는지 묻는 레이 경관의 질문에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답한다. 술에 취해 연행된 짐 또한 자신이 왜 사고 치는지 자신도 모르겠으니 제발 좀 가둬달라고 부탁한다. 존 또한 강아지를 총으로 쏴죽인 이유를 끝내 말하지 않는다. 치킨 런 게임, 칼부림과 같은 위험한 비행을 일삼는 버즈 또한, '왜 이런 짓을 해?'라는 짐의 질문에 "뭐라도 해야하니까"라고 답할 뿐 정확한 이유가 불명확하다. 사춘기의 그들은 하나같이 이유없이 어른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일들을 저지른다.

 

-부모에게 공감받지 못하는 사춘기 : 양말

 

 영화 속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외롭고 고독하다. 마치 우주 속에서 혼자 떠도는 별들처럼 그들의 신호(빛)를 받아내기에 너무나도 멀리 위치해 있다. 부모들은 그들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영화 속에서 아이들과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사람은 레이 경관이다. 레이 경관은 짐에게 정수기 물을 주며 그의 고민을 들어주는데, 레이는 짐에게 갈증을 해소해고 열을 식혀주는 정수기 같은 존재다. 하지만, 이런 레이 조차도 짐이 정말 필요할 때 부재중이며 어른인 다른 경찰관들을 조서를 쓰고 있다며 다음에 오라고 그를 무시한다.

 이런 외로움이 극대화 되는 소재는 존이 신고 있는 짝짝이 양말이다. 짐과 주디 곁엔 말이 통하지 않는 부모님들이 존재하지만, 존의 곁엔 아무도 없다. 흑인 가정부가 존의 곁에 있긴 하지만, 그 가정부는 시종일관 '존은 늘 혼자였다.' '생일 날 혼자 남겨졌다.'라는 식으로 말하므로 사실상 존에게 진지한 대화상대가 아니다. 양말 색이 다르다는 것은 또래 친구인 주디와 짐만 눈치 채며 어른들은 그 사실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다. 존의 양말을 보며 울부짖듯 우는 짐의 모습은 어른들이 보기에 사람이 죽었는데 뚱딴지 같은 소리냐 할 점이지만, 사춘기에겐 그들을 웃고 울게 만드는 소재다. 가정부만 홀로 존의 죽음에 눈물 짓는 점과 짐에게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짐의 부모님들이 짓는 행복한 미소는 대비되어 존의 외로움을 더욱 극대화한다.

 심지어 자신들만의 공간인 빈 저택에서 존이 크런치 일당에게 쫓길 때 골방을 상징하는 수영장 속에서 홀로 그들과 싸운다. 존은 세 명이서 함께 뛰놀던 그 순간을 제외하고 항상 외로웠다.

-사춘기의 결핍이 충족되는 공간 : 빈 저택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결핍을 갖고 있다. 주디는 아버지에게 애정을 바라지만 애정을 주지 않고, 짐은 아버지에게 남자다움을 원하지만 매번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눌려 산다. 존은 부모에게 애정을 바라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의 곁에 어른은 가정부 밖에 없다. 이러한 결핍은 셋이 빈 저택에 들어설 때부터 충족되기 시작한다. 또래 친구들이 서로 그 결핍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주디는 아버지에 대한 애정 결핍에 버즈나 짐과 같은 남자 친구와 어울리고, 짐은 아버지의 강인한 면모를 채우기 위해 겁쟁이라는 말에 무모한 도전들을 모두 받아들인다. 존은 짐을 자꾸만 아버지와 동일시 하며 그를 동경한다. 게다가 짐은 존을 헤아려주고 들어주면서 강인한 아버지 모습을 자신에게 투영시킨다. 그들은 그곳에서 처음 웃기도 하고 모처럼 정말 행복하고 안정된 상황을 만끽한다.

 

-어른을 흉내내지만 아직은 어린 애 : 우유

 

 영화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어른을 흉내낸다. 짐은 술을 먹고, 주디는 담배를 핀다. 존은 총을 들고 자신의 몸을 지킨다. 그들은 빈 저택 안에서 신혼부부와 부동산 중개인의 모습을 따라하며 어른들을 흉내낸다. 어른들은 빈 저택에서 지내고 아이들은 집에서 떨어진 수영장에 키울거라 말하는데, 그 곳에서 아이를 기르면 울음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고 대화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 매번 사춘기의 말을 별 거 아닌 것 유별 난 것으로 취급하며 듣기 싫어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이렇듯 그들은 누구보다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지만, 정작 어린 애인 모습도 함께 갖고 있다. 짐은 칼부림, 치킨 게임을 저지르고 집에 돌아올 때면 젖먹이를 상기시키는 우유에 의존한다. 들뜬 마음을 차가운 우유 병에 가라앉히고 속을 우유로 채운다. 

 

 

-별의 종말

 

 아이들은 천문대에서 지구의 종말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지구가 종말할 때 밤 하늘 별들은 똑같이 존재하고, 짧은 순간 동안 지구는 가스와 불길에 휩싸여 사라진다. 천문대에서 죽음을 맞이한 존은 종말을 맞이한 지구를 닮았다. 존은 빛이 켜졌을 때 돌발행동을 하며 짧은 순간 동안에 종말을 맞이한다. 존은 늘 혼자였고 존이 보내는 신호(빛)는 그가 죽을 때까지 그 누구에게도 닿지 못했다. 뒤늦게 짐만이 그를 이해했지만, 그를 막기엔 한 발 늦었다. 어쩌면 사춘기의 마음은 우주에 떠도는 별처럼 너무 광대하고 넓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닿지 못하며 작은 인간(어른)이 그 거대함을 헤아릴 수 없는 걸지도 모른다.

A) 이유없는 반항은 이유없지 않다.

 

 영화 초반부에는 일탈을 일삼는 사춘기들이 전혀 이해되지 않지만, 후반부가 되어 갈수록 그들의 마음을 조금씩 알 것만 같다. 사춘기 때 하는 많은 생각들은 그들을 특이하고 외롭게 만든다. 어른들 시선에선 별 것 아니기에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사춘기들에겐 사소한 것도 큰 의미가 되고 이유가 된다.

 

-존의 닉네임 : 플라톤

 

 존의 별명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다. 플라톤은 자신의 스승 소크라테스를 사랑했다. 남녀간의 정신적 사랑을 가르키는 플라토닉 러브의 본 뜻은 사실 스승이나 자신이 되고 싶은 우상에 대한 동경(사랑)이다. 존은 짐을 아버지로 여기며 그를 동경하며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짐이 자신을 버리고 갔단 사실은 존에게 크나큰 충격이다. 소크라테스가 플라톤을 버리고 떠났다 생각해보면 그 감정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p.s 영화에 등장하는 사이렌 소리는 흡사 어린 아이가 우는 소리와 닮았다. 짐은 사이렌 소리를 흉내내며 어른들의 관심을 끌고, 존의 죽음에 슬퍼하는 가정부의 모습에 사이렌 모습이 배경음으로 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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