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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고전 영화 후기

티파니에서 아침을 : 왜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을까?

by 어린 아이 2021.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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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그녀는 왜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을까?

여주인공인 할리는 특이하게도 원하는 집을 얻기 전까지 그 어떤 것도 소유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고양이에게도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집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녀는 왜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걸까?


-고양이 : 할리 고라이틀리

이처럼 그녀는 이름없는 길냥이와 닮았다. 길냥이는 집이없다. 먹이를 주는 사람들은 많지만, 특정한 집도 자신만의 이름도 존재하지 않는다. 할리에게 50달러의 팁을 주는 사람은 많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소유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다가가면 먹이만 먹고 도망치는 길냥이와 닮았다. 할리는 영화 내내 구속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며 자유를 추구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길냥이에게 먹이를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귀여운 외모 때문이다. 우리가 생쥐나 개구리를 위해 먹이를 두진 않는다. 할리도 귀여운 외모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또한, 직업을 가지지 않고 남자들의 팁으로 연명하는 삶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길냥이의 소비패턴과도 유사하다. 할리는 사람이 없는 한산한 새벽거리를 떠도는 존재다.
할리의 전남편인 닥터 고라이틀리는 그녀를 찾아온다. 그의 직업은 수의사로 길들지 않은 야생 동물을 집에 데려오는 것이 취미였다. 날개가 부러진 독수리, 다리가 부러진 살쾡이들 말이다. 할리는 그에게 야생 동물을 집으로 데려오지 말라고 충고한다. 왜냐하면 야생 동물은 몸이 다 나으면 그곳을 떠나니까. 할리는 그에게 다친 고양이었고 어른이 되자 그를 떠나 도심으로 도망친 것이다. 그래서 그녀를 찾아 온 그를 집으로 돌려 보낸다.


-쥐, 슈퍼 쥐, 겁쟁이 쥐 : 변절자들

할리를 쫓아다니는 남자들은 보통 "쥐"라고 불린다. "쥐", "슈퍼 쥐", "쥐가죽을 뒤집어 쓴" "겁쟁이 쥐" 등 표현은 다양하다. 그녀에게 남성은 모두 쥐다. 영어 Rat에는 사전적으로 '배신자', '밀고하다'는 의미가 있다. 부자인 줄 알았던 트롤러가 알고보니 빈털터리였다는 사실을 알고 "슈퍼 쥐에다 쥐가죽을 걸쳤어요"라고 말한다. 그녀에게 부자들은 변절자이고 그중 트롤러는 슈퍼 변절자인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할리는 이런 쥐를 사냥하고 다니는 고양이를 상징한다. 부자 변절자들만 노리지만 그들에게선 온전한 마음을 바란다. 본인이 돈을 목적으로 만난 것처럼 상대방도 외모를 보고 만난 것일 수도 있음에도 그녀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러한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지점이 바로 그녀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그녀에게 남자는 모두 쥐같은 존재였다.
또한, 연인보다 자신의 명예를 중시하는 브라질 남 호세를 보고 "그래서 쥐나 슈퍼 쥐는 아니에요. 겁쟁이 생쥐일 뿐이죠"라고 말한다. 호세는 할리에게 솔직한 사과의 편지를 남겼지만, 이는 자신의 체면과 예절에 의한 것이지 할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할리보다 가문과 체면이 우선이었던 그는 할리에게 겁쟁이 배신자였다.

-쥐가 아닌 남성 : 프레드와 폴

할리의 인맥에서 쥐가 아닌 남성은 동생 "프레드"가 유일하다. 그는 할리를 배신하지 않는 한 가족이다. 또한, 그녀의 신임을 얻은 폴은 영화 내내 동생 프레드와 닮았다는 이유로 "프레드"라 불린다. 폴은 할리와 같은 처지에 놓여있기 있는 남자다. 그래서 둘 사이에 먼저 관심을 가진 것도 할리였다. 그녀는 폴의 돈뭉치를 보며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부유한 쥐만 곁에 두는 할리가 폴을 곁에 둔 것은 이런 동질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런 그녀의 영혼을 어루만저 준다. 할리가 겉으로 좇는 것은 돈이었지만, 그녀가 쉴 수 있는 곳은 마음이란 안식처였다. 마음은 누군갈 책임지고 싶게 만든다.


A)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건 두려움 때문이었다.

할리는 결말부에 이르러 자신은 자유롭고 싶다며 폴의 프로포즈를 거절한다. 그리고 그녀는 보란듯이 고양이를 길에다 풀어주는데, 할리를 상징하는 고양이는 비를 맞고 있다. 그리고 폴은 택시에 내리며 한 마디 하는데

"넌 겁쟁이야.
넌 '삶은 현실이다'라고 말하기 무서운 거야.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고 서로에게 속해.
그게 유일하게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하지만, 넌 스스로를 자유분방하다고 말하며,
누군가가 우리에 가둘 것을 두려워하고 있어.
그러면서 이미 네가 만든 우리에 갇혀 있는 거야.
어디로 도망쳐도 자신에게 되돌아올 뿐이야."

자유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던 할리는 사실 누군가에게 구속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었다. 그녀에게 소유는 물질적이다. 여차해서 상황이 나빠질 경우 고양이처럼 내다 버릴 수 있는 개념이 바로 "소유"였다. 그래서 그녀는 변절자를 경멸하면서도 자기 자신 또한 무책임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폴은 달랐다. 폴에게 소유는 "책임"이 동반되는 것이었고, 책임이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도 소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그녀는 폴 덕분에 이 점을 깨닫게 되고, 할리와 폴은 서로를 구속하는 키스로 영화는 끝이난다. 마지막 키스신에서 고양이는 폴과 할리 사이에 끼여 구속당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점이 위 내용을 극대화한다. 따뜻한 사랑의 구속.


-시대적 배경 1950~1960년대 초 : 풍요의 시대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개봉한 년도는 1961년이다. 1950년대 미국은 세계 2차 대전이 끝나 경제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풍요의 시기라 불릴만큼 수많은 중산층이 탄생했고,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해 테레비전, 라디오와 같은 물건들이 각 가정에 보급되었다. 이는 영화 속 유니오시 집을 통해 엿볼 수 있는데, 그의 집에는 사진기라는 최신식 기계가 있다. 또한 할리에게 라디오를 꺼달라고 소리치는 것도 유니오시의 몫. 이러한 경제 발전은 대부분 전기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상공업으로 인해 이루어졌고, 도시 사람과 시골 사람 간의 빈부격차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점이 영화에 반영되어 있는데, 할리는 시골 출신에 도시로 상경한 여자였다. 티파니라는 부에 대한 욕망은 가난한 시골 사람의 부유한 도시에 대한 동경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물질과 사랑에 대한 고민이 늘어났을 것이다. 현대에도 사랑과 물질은 끊임없이 인간을 고뇌하게 만드는 것처럼.

[참고]
1. 있는 그대로의 미국사 3, 앨런 브링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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