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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정보

블랙위도우 (쿠키영상 몇개) : 레드룸과 흰색 슈트의 상징

by 어린 아이 2021.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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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위도우 쿠키 영상은 한 개입니다.

 

 

Q)블랙 위도우에서 엉덩이를 클로즈업한 이유

 

 <블랙위도우> 초반부에 유달리 이질적인 장면들이 등장한다. 캠핑카에서 머물고 있는 나타샤는 엔진이 고장난 것을 확인하고 기름통을 들고 자동차에 올라타는 동안 카메라 앵글은 하단에서 위로 블랙 위도우의 엉덩이를 찍는다. 이야기 흐름상 블랙위도우의 몸매보다 기름통이 더 주목되어야 하는 장면임에도 블랙 위도우의 몸매가 부각된다. 이외에도 어린 안토니오가 집으로 들어갈 때 치마를 입은 소녀임에도 카메라는 아래에서 위를 향하게 찍고 있다. 그리고 유독 여성들은 무기력하게 누워있고 이를 하늘에서 찍는 샷이 많다. 대부분 여성들은 슈트를 입고 있어 몸매가 강조될 수 밖에 없다.

 일반적인 영화라면 관객들을 향한 단순한 섹스 어필이나 의미없이 넣은 장면이라 여길 수 있겠지만,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는 가부장적인 남성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성적으로 볼 수 밖에 없게끔 샷과 소품을 구성하는 건 어떤 의도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여성을 성적으로 묘사하는 이 장면들은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감독은 왜 엉덩이를 클로즈업한 것일까? 여성을 중심으로 영화를 해석해보려고 한다.

<블랙위도우> 기름통보다 더 시선이 가는 둔부

 

-강조되는 두 남자 : 알렉세이와 드레이코프 장군

 

 영화에서 메인으로 등장하는 남자는 블랙위도우의 아버지 알렉세이와 빌런 드레이포크 장군이다. 둘의 공통점은 가부장적 면모다. 우선 알렉세이는 딸이 납치되고, 아내 멜레나가 총에 맞아 부상받아 구급차에 실려가는 중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웃음 지으며 캡틴 아메리카보다 더 유명해지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나타샤와 옐레나가 아버지를 20년만에 재회 했을 때도 캡틴 아메리카가 보다 자신이 거론되었는지에만 관심있을 뿐 자신의 딸들에겐 아무런 관심이 없다. 20년이 지난 아버지의 모습은 배가 튀어나와 있고 머리는 까졌으며 잘 씻지 않고 이상한 소리만 해대는 무능한 남성이다. 초라한 현실을 뒤로하고 과거 얘기만 일삼는 중년 남성의 모습은 악의 없는 가부장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입은 슈트도 오래되어 꾀죄죄하게 빛이 바랬다.

 

"캡틴아메리카가 나에 대해 뭐라 말해?"

 게다가 또 다른 남성은 메인 빌런인 드레이코프 장군이다. 그는 레드 룸의 수장이며, 버려진 소녀들을 모아다 살인 병기로 길러내는 존재다. 영화 속에서 남자 빌런은 드레이코프 장군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다른 부하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싸는 수트를 입고 있어 여자인지 남자인지 조차 구분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표현은 가부장적인 드레이코프 장군을 동조하는 익명의 남성들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들은 결말부에 드레이코프 장군과 함께 헬기에서 사망한다. 그는 수 많은 딸을 거느린 아버지 같은 존재로 등장한다. 그의 밑에서 길러진 딸들은 그의 권위에 절대 대항할 수 없으며, 그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다. 이 모습은 흡사 권위 높은 가부장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추가적으로 버려진 쓰레기들을 재활용한다며 "Girls"를 자주 언급하는 장면을 통해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영화는 비교적 선한 가부장 알렉세이와 권위에 찌든 가부장 드레이코프 장군을 중심으로 여성이 억압받는 모습으로 출발한다.

<블랙위도우> 비교적 핸섬하고 능력있는 가부장

 

<블랙위도우> 시간이 흘러 과거의 영광에 취하고 딸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가부장

-레드 룸의 상징

 

 이 영화에서 RED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알렉세이와 두 딸이 처음 조우한 헬기 안에서 이런 대사를 나눈다.

 

"혹시 그 날(생리)이니?"

"우리는 생리를 못해요. 자궁을 적출 당했죠. 아래에 손을 넣어 모든 걸 꺼냈어요."

"알겠으니까 그만 묘사해라"

 

자궁은 여성성의 상징이며 생리는 자궁이 건강하단 증거다. 하지만 레드 룸에 들어간 여자들은 요원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강제로 자궁뿐만 아니라 나팔관까지 적출 당해 난자를 생산하지 못한다. 그들은 드레이코프에게 여성성을 적출당했다. 드레이코프가 운영하고 있는 그룹의 이름이 레드룸인 것도 여성성을 상징하는 생리 권한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딸들을 조종할 때 새빨간 보석이 박힌 반지를 이용해 빨간 지도위에 있는 소녀들을 조종한다. 그는 딸들로부터 여성성을 박탈해 반지에 심은 존재다.

 그리고 드레이코프 장군으로부터 저항하기 위해 나타샤가 선택한 짓은 코뼈를 부러뜨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궁이 아닌 코에서 피를 흘린다. 이 영화에서 피는 곧 여성성을 상징한다.

<블랙위도우> 빨간 반지
<블랙위도우> 여성성의 착취를 상징하는 빨간 반지

 

-해독제는 빨간색이다.

 

 레드 룸에 있는 소녀들은 드레이코프 장군으로부터 세뇌당해 자유 의지를 가지고 행동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암살일을 하기 싫어도 드레이코프 장군의 권위 앞에 굴복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세뇌를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해독제를 들이 마시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해독제는 붉은 색으로 나오는데, 그들이 빼앗긴 여성성은 자궁이나 생리를 상징하는 붉은 컬러이기 때문이다. 드레이코프 장군으로부터 빼앗긴 여성성(붉은 색)을 되찾는 과정이 해독제를 들이마시는 과정이 된다.

 

-흰색 슈트에 숨은 의미

 

 영화에서 여성들이 입는 슈트는 크게 흰색과 검은색이다. 드레이코프 장군으로부터 임무를 수행할 때 소녀들이 입는 슈트는 검은색으로 극 중 "그림자 같은 존재"라는 단어가 언급되는 것처럼 가부장적 권위에 가려진 그림자같은 여성들의 의미한다. 그리고 임무 수행중 해독제를 흡입한 옐레나와 옐레나의 설득으로 드레이코프 장군을 함께 처단하기로 한 나타샤는 흰색 슈트를 입고 임무를 수행한다. 둘은 자유 의지를 가진 여성이며, 예수가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했듯이 그림자같은 삶을 살고 있는 여성을 해방시켜주는 존재이다. 그녀의 어머니 멜레나 또한 억압된 여성이다.

 

"나는 레드룸에서 4번이나 교육받았어. 그곳이 내 세상이야"

 

그래서 그녀는 검은색 슈트를 입고 레드룸으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흰색 슈트를 입고 있다. 그녀는 나타샤를 만나 깨어난 주체적인 여성이 되었고 그녀가 준 흰색 슈트를 건네 받아 레드룸을 파괴하는데 일조한다. 블랙 슈트를 입고 해독제를 흡입한 소녀들은 나타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이제 저희는 어떻게 살아야 하죠?"

"각자 인생을 자유롭게 살아"

 

 반딧불이는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 곤충이다. 반딧불이는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다. 드레이코프 장군으로부터 억압받은 여성들이 되고 싶은 존재는 스스로 빛을 내며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반딧불이같은 삶이지 않았을까?

 

<블랙위도우> 흰색 슈트를 입은 깨어난 여성들

 

-나타샤가 안토니아에게 미안했던 이유

 

 안토니아는 드레이코프 장군의 딸이다. 나타샤는 드레이코프 장군을 암살하기 위해 딸을 조준점으로 활용해 건물을 폭발시켜 그를 죽였다. 바꿔말하면 딸 안토니아는 아버지 드레이코프 장군의 정치적 활동에 이용되어 죽음을 맞이한 인물이다. 그 딸이 생각나냐는 옐리나의 질문에 나타샤는 그를 죽이기 위해 불가피한 희생이라고 말하지만 동시에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대항하기 위해 무고한 여성을 제물로 삼았기 때문이다. 나타샤와 안토니아는 드레이코프 장군에게 똑같이 세뇌당한 억압된 여성이다. 옐리나와 나타샤가 물구나무를 선것처럼 나타샤와 안토니아는 거울처럼 똑같은 자세를 취한다. 그 둘은 남성에게 억압된 동일한 여성이다. 옐레나와 나타샤 또한 영화 초반부 같은 자세를 취한다. 둘 또한 억압당한 동등한 여성이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부자에게 억압당한 두 명의 빈민층이 서로를 죽이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손을 내밀며 그녀를 해방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래서 세뇌로부터 해방된 안토니아가 맨 처음 한 대사는 "아버지가 죽었나요?" 였다. 이들은 이제 모두 자유의 몸이 되었다.

 안토니아를 제외한 다른 소녀들도 여성을 암살하지 남성을 암살하는 임무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없다. 영화 초반부에는 해독제를 가진 여성을 죽이고, 영화 중반부에는 엘리나와 나타샤를 죽이려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들은 여성을 해방시키고자 하는 여성을 죽인다.

<블랙위도우>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억압된 여성들
<블랙위도우> 똑같은 모습을 한 여성들

A)여성의 엉덩이를 클로즈업 한 이유에 대한 개인적인 대답

 

 영화는 초반부 유독 엉덩이 클로즈업을 많이 한다. 엉덩이, 골반으로 대표되는 신체 부위는 여성으로 섹스 어필을 할 때 활용되는 부위 중 하나다. 이 카메라 앵글은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여성을 성적 대상화로 보게끔 강제한다. 기름통을 봐야하는데도 굴곡진 엉덩이가 관객의 눈을 사로잡으니까. 하지만, 이 영화는 누구나 느낄만큼 가부장적인 남성에 대한 여성의 저항이 주제인 영화다. 그래서 강조되는 여성의 골반은 완전히 역전된다. 나타샤가 비행기에 올라 탈 때 카메라는 위에서 아래로 향하게 찍으며 점차 멀어진다. 관객들은 더 이상 나타샤를 성적 대상이 아닌 한 인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남성이 꼭 가부장적인 존재인 것은 아니다

 

 두드러지게 등장하는 두 남성 알렉세이와 드레이코프 장군 말고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가 존재한다. 그는 바로 나타샤의 친구 릭 메이슨이다. 그는 나타샤의 부탁이라면 외상으로 어떤 물건이든 구해준다. 아이러니하게도 가부장적 남성으로부터 억압받은 나타샤가 의지하는 인물은 남성이다. 이처럼 이 영화는 남성을 무조건 가부장적 인물로 매도하지 않는다. 착취하는 남성과 그렇지 않는 남성을 명확히 구분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가부장에 대한 저항이면서도 남성을 매도하지 않는 비교적 예의있는 영화라 느껴졌다. 

 게다가 릭 메이슨은 나타샤 자매에게 역으로 가스라이팅을 당한다. 기껏 짧은 시간 동안 무급으로 헬기를 구해다 줬음에도 옐리나와 나타샤는 "너 좀 예민한 것 같아"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서 릭 메이슨은 기죽지 않고 그녀들의 말에 반박한다. "너 정말 짜증난다" 이런 가스라이팅 관계는 다른 곳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 바로 나타샤 자매와 아버지 알렉세이의 관계다. 이 셋의 관계에선 알렉세이가 자매들을 가스라이팅한다. "너 그 날(생리)이니? 왜 이렇게 예민해?" 하지만 여기서도 자매들은 기죽지 않고 자기 할 말을 다한다. 이처럼 릭 메이슨과 알렉세이는 나타샤 자매와 투닥거리며 깊은 우정과 가족애를 쌓아간다. 그들은 애써 가스라이팅은 나쁜 것이며, 상대방은 교정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상대방이 기분 나쁘다는 의사를 표시하기 때문에 거기서 그만둔다. 그래서 릭 메이슨과 나타샤가 찐한 우정을 가진 것처럼 나타샤 자매는 아버지 알렉세이와도 화해하고 악수를 한다.

<블랙위도우>의 유일한 조력자

 

-페미니즘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나는 노골적인 페미니즘 영화를 싫어한다. '여성은 억압당했어. 무조건 보상받아야 돼'와 같은 노골적인 메세지 전달은 영화가 아닌 선전용 교과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페미니즘 뿐만 아니라 다른 사상도 마찬가지다. 남성은 모든 걸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영화나 흑인은 억울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보상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영화, 신이 무조건 있다고 주장하는 영화 등 사상을 노골적으로 전파하는 것은 예술이 아닌 시청각 VOD일 뿐이다. 왜냐하면 무언갈 해야 한다는 것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것이지, 사과는 빨간색이다처럼 정답이 있는 문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하게 만드는 영화를 좋아한다.

 이런 면에서 <블랙 위도우>는 선방했다고 생각하며 개인적으로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약자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백인이었던 주인공을 흑인으로 바꿔버리지도 않았고, 남성이었던 캐릭터를 강제로 여성으로 바꾸지도 않았다. 블랙 위도우가 가진 고유 아이덴티티를 살리고 여기에 여성주의를 녹여냈다. 이전까지 비판받은 페미니즘 영화들은 항상 자장면에 초장을 들이부으며 맛있다고 한입 잡숴보라는 양 강제했다면, 이 영화는 자장면에 고춧가루를 은근하게 뿌리고 맛 보기를 제안한다. 덕분에 나는 매우 즐거운 식사 시간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꽤나 재미있고 괜찮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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